들어가며
주봇은 “로봇이 대신 회사에 가고, 나는 발레와 여행에 쓴다”는 식의 허구 상상을 풀어 쓴 짧은 글입니다. 현실적인 제안이 아니라, 지칠 때 떠올리는 도피 환상에 가깝게 읽어 주세요.
아래 본문은 기존 톤을 유지했고, 서두·마무리만 블로그 형태로 다듬었습니다.
주봇이라는 로봇을 만들어서 내 인생을 대신 살게 하면 좀 행복해질까? 주봇을 대신 회사에 출근시키고, 나는 집에서 늦잠을 자고 발레 학원을 가고, 발레 연습을 하고, 주봇이 벌어온 돈으로 장을 봐서 맛있는 거나 만들어 먹고. 주봇이 벌어온 돈으로 일본 여행을 다녀오고, 주봇이 벌어온 돈으로 발레 학원을 끊고 피부과를 다니고 기타를 다시 배우면서 살고 싶다. 주봇이 저절로 성장해서 회사에서 인정받아 연봉을 올리고, 연금을 받고 나는 그 돈을 쓰면서 회사 생활을 겪지 않으며 살고 싶다. 주봇을 투잡을 뛰게 만들어 부를 축적하고 싶다.
그러면 주봇의 연금으로 비싼 커피와 와인을 마시러 다니고 핸드폰을 새로운 기종으로 바꾸고, 꼴 보기 싫은 사람들은 주봇이 대신 만나게 만들고, 주봇이 대신 명절에 집에 가서 전을 부치고 제사 준비를 하게 만들고 싫은 잔소리들을 대신 듣게 만들고, 주봇이 아무리 상처를 받든 트라우마가 생기든 나는 주봇을 공장초기화시키면 그만이다. 그러면 주봇 v1.1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를 위해 굳은일을 하러 다니겠지.
주봇이 번 돈으로 온갖 OTT 구독을 하고 보험을 내고 핸드폰비를 내고 적금을 들게 만들고 할부를 갚게 시키고, 주봇이 고장이 나면 그간 주봇이 벌어왔던 돈으로 새로운 주봇을 구매해서 주봇 2.0을 부리고 싶다.
마무리
- 이 글은 “정답”이라기보다 그때의 생각을 남겨 둔 기록에 가깝습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며 생각이 바뀌어도 괜찮다고 느껴요.
- 비슷한 경험이 있는 분이 있다면, 나중에 다른 글이나 댓글로 이어지면 더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